여행

1박 2일 남도 여행기

천화대 2009. 12. 5. 17:01

2009.11.27 오랬만에 집사람이랑 둘이서 남도를 한바퀴 돌아오기로 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 갔었는데 막상 둘이서만 가려니까 기분이 조금은 이상했다.

이것 저것 챙기고 아침 7시30분 출발. 막힌구간을 피하고 새로 뚫린 봉담 평택간 고속도로를 타려는데

과천 봉담간 도로가 많이 막혔다. 역시 예상대로 봉담을 지나서 부터는 논스톱이다.

서평택~목포~해남 대흥사까지 막힘없이 갔다.

 

해남 대흥사 입구 도착. 우선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 고계봉까지 올랐다.

서울.경기의 이미 낙엽이 흔적조차도 없어진 황량함을 보상해 주기라도 하는 듯

여긴 만추의 모습으로 산이 반긴다.

동백꽃은 여기저기 수줍은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고 

단풍잎은 마지막까지 줄기의 영양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지에 붙어서 안간힘을 쓰고있다.

은행나무의 노랑색도 일품이고, 산자락도 막바지 가을의 단풍을 마음껏 불태운다.

아마 다음주 쯤이면 역시 앙상한 나무가지를 드리우겠지만...

 

맑은 날 이었으면 완도, 보길도, 고금도, 청산도, 한라산까지 거침없이 조망되었을 터인데

약간은 흐려서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을내음 물씬 풍기는 해남 삼산면 들녘을 본것으로 위안을 삼다.

다시 대흥사. 1박2일에 나온 93년 전통의 유선장여관을 지나 대웅보전까지 아름드리 전나무, 팽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숲을 지나 일주문,  서산대사 부도전, 천불전, 대웅보전에 들러

안녕무사 기원 9배를 하고 점심을 먹기위해 해남읍으로 나왔다.

 

해남읍 천일식당 한정식이 유명하여 집사람에게 생색도 낼겸 해남수협에 있는 친구에게 예약을 부탁했는데

해남사람들은 거기에 가지 않으니까 다른데를 가라며 미원식당을 추천해주고 예약을 해 놓겠단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맛깔스런 생선구이정식을 맛있게 먹고 달마산 미황사로 향했다.

 

미황사는 원래 굉장히 큰 절 이었으나 커다란 주춧돌만 남아 옛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고 들었었는데

막상 가보니 해남 대흥사 보다도 훨씬 더 아늑해 보이고 마음에 든다.

달마산의 웅장한 자태는 두륜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병풍처럼 둘린 기암괴석이 암벽등반의 본능을 자극한다.

신이 아니면 누가 저리도 아름다운 산그림을 그려낼까...

깨끗하게 정돈된 사찰경내가 맘에 들었고, 마침 템플스테이 행사가 있어 참선 수행중이라 대웅보전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왔지만 늦 단풍하고 어우러진 동백꽃의 모습이 이루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

 

미황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땅끝마을향했다.

바다를 끼고 굽이굽이도는 해안도로의 경치가 너무 아릅답다. 바다가운데 바위와 해송이 한폭의 동양화 같다.

아직 밭에는 배추며, 파며, 마늘이 그대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고 가지에 달린 감들은 얼마나 풍요로워

보이는지...바다는 바다대로 진한 쪽빛을 드리우고 오랬만에 행차한 고향행을 말없이 반겨준다.

 

완도교를지나 20년동안 품에안고 호연지기를 길러준 초평마을로 들어서다.

풀초자에 평평할 평자  섬이라 큰들녘이 없어서 그렇게 불렀나보다.

그 산은 그대로인데 내가 뛰어놀던 그곳은 수목원으로 변해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모든 수목의 종류가 있는 곳. 바위에 누우면 파란하늘과 갈대가 어우러져

한폭의 절경 산수를 만들어 내던 곳, 사시사철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던 곳...

진짜 한 겨울에도 굉장히 달고 시원한 멍이나 으름을 따먹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들러서 참배를하고..길에서 만난 선배에게 인사하고...

작은 집에 잠깐 들렀다가 완도읍으로 나왔다.

 

완도는 옛 장보고의 청해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항구의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크게 변했다. 미항으로 불릴만 하게 잘 단장이 되있다.

완도타워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즐기도록 만들어서 연초에는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단다.

금강산도 식후경. 완도군청에 다니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먹을만한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완도수협옆 "새천년 횟집"을 소개해준다.

 

알고 보니 쥔장이 초등학교, 중학교 5년 후배 이기도 하고 둘째 동생과는 동창이란다. 

완도에서 회를 먹었지만 이토록 맛있게 회를 먹은적이 없다.

그전에 여기를 오면 친구들에게 붙잡혀 이산 가족이 된 채 술만 마시다 올라갔었으니까...

감성돔에...전복회에...청각물회 냉채에...김회에...어휴! 술도 한모금 안마시고 둘이 싫컷 먹었다.

코에서 회 냄새나도록...ㅋ

 

아침에는 후배가 전복죽을 끊여 놨다고 먹으러 오랜다.

맛깔스런 전복죽을 한그릇 비우고 건어물 시장으로가서 이것 저것 장을 본 다음

완도 정도리 구계등을 다녀왔다

 

이곳은 일명 깻돌로 불리우는 크고 작은 둥근돌로만 해변을 이루고 있는데

물이 깨끗하고 해변의 상록수림과 잘 어우러져 매우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며

천연기념물로 정해져 있다..

 

 

다음은 과거와는 달리  다리를 놔서 육지로 변한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갔다.

명사십리는 우리나라에 두군데가 있다. 북한 원산반도에 있는 곳과 바로 이곳인데

텅빈 해수욕장의 정경이 쓸쓸하다기 보다는 시원하게 가슴을 툭 터준다.

커다란 호수 같은 수면, 하얀 모래로 길게 이어진 바닷풍경이 장관이다.

아쉬움을 남긴채 강진으로 향했다.

 

강진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500권의 책을 저술한 곳이다.

정약용은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등등을 저술한  내가 아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며 과학자이다.

목민심서는 동남아 지도자치고 몇번씩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이런분들이 후학을 키우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했었으면

지금쯤 일본이 우리 발아래에 있을텐데...무척 아쉽다.

이곳 다산초당! 외가 해남윤씨(고산 윤선도의 가문)의 배려로 초가를 마련하고

18년간의 유배생활를 마친 뒤 지금은 여러 사람들이 그의 향기를 찾아 이곳까지 온다.

역시 늦가을 정취답게 길옆 밭에는 무, 배추, 갓등 푸성귀가 아직도 그대로다.

대나무, 전나무 등과 한적한 돌길이 무척 조화가 잘 된다.

다산박물관에 들러서 한바퀴 둘러본 다음 보성 녹차밭으로 향했다.

 

시골 국도도 어디가나 고속도로가 연상될 만큼 시원하게 잘 뚤려있다.

보성녹차밭에 도착하니 아름드리 전나무길이 한결 운치를 더한 채 우릴 반겨준다.

부안 곰소 내소사입구 전나무길 못지않게 아름답다.

전나무랑 차밭이 어우러져 아주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해 낸다.

여기저기서 쏼라쏼라 소리가 난것을 보니 중국쪽에도 이곳이 소문난 관광지인가 보다.

하긴 중국 항주 용정차밭이 황제에게 진상된 차밭이라고 하지만 이곳과 비교나 될까! 정말 장관이다.

 

가지런히 잘 다듬어진 차나무 고랑이 녹색융단에 줄을 그은 듯 하다.

분명 사람의 힘으로 만들었지만 신의 작품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름답고 멋스럽다.

아름드리 전나무며, 마디가 굵은 수령이 오래된 대나무숲! 여기저기 사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한가로이 앉아서 우전차 한잔 음미도 못한 채 늦은 점심을 위해 담양으로 출발했다.

 

나의 대학시절! 같은 산사에서 공부를 했고 동창이기도 한 덕인관 박사장이 반겨준다.

이곳 떡갈비는 꽤 유명하다. 아니게 아니라 전라남도 남도 음식축제에서 내리 5년 대상을 받았으니까...

다른데 떡갈비와는 달리 오리지널 갈비만을 재료로 쓰고 참나무 숯으로 훈제를 해서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참때는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려야 한단다.

입에들어가니 살살 녹는다. 죽녹원담양천 관방림을 들려서 나의 보금자리 안양으로 돌아오다.

혼자서 집을 지키던 딸이 뛰어나와 안긴다. 이런 맛에 딸키우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