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 길

천화대 2007. 11. 14. 18:21
 
 계절이 바뀌는 때다.
가을을 즈려 밟고 겨울로 향하는 즈음, 햇살 아래 서면 가을이고 해가 지면 겨울이다.
월동준비에 나선 수목들은 가을을 털어내기에 분주하다.
한 점 소슬 바람에도 수북이 쏟아낸 낙엽비는 곳곳에 고운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낙엽길의 운치도 사뭇 달라졌다.
가을날의 화사함 대신 어느덧 차분한 느낌으로 채색 되고 있다.
이 무렵, 떠나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기로는 은행나무길이 제격이다.
 
 

 부석사 일주문

▶영주 부석사

 소백산자락에 둘러싸인 '영주'는 국내 불교, 유교 문화의 대표적 집결지이다.

부석사, 소수서원 등 곳곳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가 하면

선비촌 등 옛 문화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어 '문화기행'의 적지로 통한다.

 

 이즈음 명찰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 단풍이 한창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가 절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면 천지가 노란색이다.

은행나무는 단풍 나무 만큼 화려하지 않다고들 하지만 부석사 은행나무 숲은 예외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단색의 진노란 터널 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석사 은행나무길 중 최고의 포인트는 일주문~천왕문 앞 당간지주까지 500여m 진입로.

'태백산 부석사'란 편액이 걸린 일주문을 들어서면 여느 명찰에서는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진다.

낙락장송 대신 노란 잎을 흩날리는 은행나무 길이 이어진다.

 

 실제 부석사 은행나무 길은 이 보다 더 길게 펼쳐져 있다.

영주시내를 거쳐 소수서원을 지나면서부터 6㎞의 긴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이어진다.

소담스런 농촌 풍광을 담아내는 낭만의 드라이브길이다.

 

 부석사 가는 길의 또 다른 명물은 사과밭이다.

영주는 이름난 사과의 고장이다. 전국 사과생산량의 15%가 영주에서 날 정도이다.

일교차 심한 소백산자락의 지형적 특성과 독특한 점토질 토양이

맛과 향이 뛰어난 사과 생산의 비결이다.

 

'풍기~부석사'를 오가는 931번 지방도로와 '영주~부석사'간 935번 지방도로변에는 사과밭이 많다.

야트막한 구릉에는 어김없이 빨간 사과들이 탐스럽게 영근 사과밭이 줄지어 있다.

11월 하순까지 곳곳에서 사과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가을이 한창일 때에는 코끝에 와 닿는 새콤 달콤 사과향이 차창 안으로 밀려 들어와

상큼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부석사는 해질녘 석양도 근사하다.

무량수전 왼편 뜰에 서서 안양루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게 일반적 감상 포인트다.

소백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는 부드러운 실루엣이 사찰의 고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운치를 더한다.

 

유홍준이 '문화유산답사기'에 적은 '태백산맥은 무량수전의 앞마당'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무량수전을 등지고 안양루 앞에 서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첩첩 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오후 6시, 부석사에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안양루에서 법고를 치는 의식은

그 소리며 광경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부석사에는 고려시대 목조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비롯해,

석등,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등의 국보급 문화재도 즐비하다.

겨울로 향하는 가을의 끝자락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길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