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것이/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빠짐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결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단풍드는 날’전문, 도종환 시인)
# 명지산(明智山·1267m) 단풍은 내장산이나 소요산 등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단풍명소의 모습과는 달리 수수하다.
노랑과 주황으로 변한 신갈나무 등 잎 넓은 나무 사이로 단풍나무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붉은 단풍은 더 선명하게 눈에 띄기도 한다.
명지산 산길은 형형색색의 낙엽들로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익근리 계곡부터 산중턱까지의 단풍들은 아직 만개하진 않았지만
활엽수들은 적잖이 서둘러 옷을 벗고 있었다.
정상 부근 능선길은 이미 겨울 ‘모드’로 접어들어
나무들이 거의 잎새를 털고 앙상하니 골격을 드러내고 있다.
사그락사그락 낙엽 카펫길을 밟는 기분은 붉은 카펫을 밟는 스타가 부럽지 않다. 나무들은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정갈하게 생의 절정에 서지만,
등산객들은 이리저리 낙엽을 차며 좋아라 산길을 걷는다.
# 경기 가평군 북면의 도대리와 적목리의 사이에 있는 명지산은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화악산(1468.3m) 다음으로 경기도에서 높은 산이다.
가평군 북면의 북쪽을 거의 차지할 만큼 산세가 크고 다양한 나무가 울창하다.
아직은 호젓하다고 할 정도로 등산객들이 붐비지는 않아 식생이 잘 보존돼 있고
생태보전지역이기도 하다.
명지산은 그 덩치에 비해 그 이름이 어떻게 지어져 내려오는지는 여기저기 문의해도 아는 이가 없었다.
경기도 향토사를 연구하는 정우영씨에 따르면,
‘가평읍지’‘조선전도’엔 명주산(明主山)으로,
‘경기고읍지도’에는 명지산(明芝山)으로 기록돼 있다.
산의 형세가 뭇산의 우두머리 같아 이곳 주민들은 맹주산(盟主山)으로
부르기도 했다는데, 아마도 ‘맹주산’에서 ‘명지산’으로 바뀐 것 같다고 정씨는 본다.
산 북동쪽에 적목리(赤木里)라 부르는 동네가 있을 만큼 적목(잎?혹은 낙엽송)이 많아 여기서 산이름이 유래했을 가능성을 말하는 이도 있다.
적목의 우리말 음인 ‘붉기 - 밝기’ 등으로 부르다
일제 때 지명을 한자로 바꾸면서 ‘밝은 지혜’라는 ‘명지’로 굳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남한의 잎갈나무는 대개 일본산이고 일제 때 또는 그 이후에 심어진 것이어서
이 주장도 신빙성은 낮다.
# 명지산 산행의 들입목은 동쪽의 익근리주차장, 북쪽의 적목리정류소, 서쪽의 상판리정류소, 남쪽의 백둔리 종점이 두루 이용된다.
익근리 ∼명지산∼ 귀목고개∼ 기목봉∼ 상판리를 탄다면 종주인 셈인데,
들입목으로 원점회귀가 쉽지 않다.
드문 버스편조차도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 맞추기가 무척 어렵다.
가장 애용되는 코스는 익근리에서 출발, 명지폭포가 있는 계곡길로 정상에 올랐다가
되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좀 더 장딴지가 뻐근하게 타려면, 익근리 코스 초입의 승천사에서 북쪽 사향봉 능선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익근리 계곡으로 하산하거나,
정상에서 제2봉을 거쳐 백둔봉까지 돌아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다.
하지만 제2봉이나 백둔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상당히 험하다. 등산로라기보단 그냥 비탈길이다.
웬만하면 정상에서 바로 익근리 계곡을 타도록 권하고 싶다.
보통 코스별로 5~8시간씩은 잡아야 한다. 필자는 승천사∼ 화채바위∼ 정상∼ 제2봉∼ 계곡을 택했다.
# 단풍은 익근리 계곡에서 물리도록 볼 수 있다. 산행을 시작해 왼쪽으로 계곡을 두고 40분 정도 오르면 명지목포로 내려가는
나무계단길이 나온다.
한 60m 정도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7∼8m 높이의 명주폭포를 만난다.
계단길을 내려온 수고를 보상할 만큼 폭포가 아름답다.
옛날 명주실 한 타래를 모두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아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다시 등산로로 올라와 20분 정도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바로 계곡으로 오르는 정상길,
오른쪽은 화채바위를 돌아 능선으로 정상에 오르는 길이다.
능선을 타면서 즐기는 조망이 아름다워 나중길이 근래 인기가 높다.
맑은 날은 강원도까지 탁 트인 조망을 볼 수 있다.
명지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좌로 사향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우로 백둔봉으로 흐르는 능선이 익근리 계곡을 긴 타원으로 폭 감싼 모양이다.
정상에서 남릉길로 약 50분 정도 내려가면 제2봉이 나온다.
거기서 10여분 더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왼쪽 급경사 길이 익근동계곡 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위험할 정도로 험하다.
낙엽에 등산로가 가려 길을 찾기도 수월치 않았다.
익근리 계곡길은 여름철에 비가 왔을 때는 계곡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등산로의 표지들이 상세하지 못해 등산로가 복잡하진 않지만 잘 살펴야 한다. 등산코스 ▲익근리∼승천사∼명지폭포∼갈림길∼화채바위∼명지산∼계곡∼익근리(5시간30분) ▲백둔리∼고개사거리∼2봉∼명지산∼계곡∼익근리(5시간30분) ▲상판리∼귀목고개∼2봉∼명지산∼계곡∼익근리(6시간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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