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정보

국립공원 월출산

천화대 2007. 9. 14. 15:47
신(神)들의 조각공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전남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는 월출산(해발 809m). `맴~맴` 매미소리와
함께 짙푸른 녹음을 걷다 갑자기 머리 위로 여름 햇살이 쏟아진다.

산풍이 만들어 내는 서늘함. 졸졸 수줍게 흘러내리는 물소리.
산새와 매미들의 앙상블.

이 순간 월출산은 오케스트라 협연이 열리는 예술의 전당이다.
정경에 취해 소리에 취해 잠시 감았던 눈을 뜬다.
중턱하고도 고갯마루. 기암괴석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아찔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아~.` 짧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산을 오르며 만난 바위들은 하나같이 낯선 형상을 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성곽 모양을 한 바위 능선.
반구형에 주사위 모양 바위까지.

그래서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것이리라.

사실 이런 절경 덕에 월출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절로 신이 난다.
오죽하면 중국 `황산`을 보고 기죽었던 등반객들도 월출산을 오르고 나면
 `당당해진다`고 말할까.
 
월출산은 묘한 곳이다.
등반의 즐거움은 시작일 뿐이다.
지나는 바위들 모양을 꼼꼼히 살피고 자신만의 바위를 찾아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잠깐 이름을 살펴보자.
작게는 1m도 안 된다 해서 `발바닥 바위`라는 애칭이 붙은 암석.

`얼굴 바위`는 어쩌면 저리도 버젓이 인간 군상을 빼닮았는지.
`칠형제봉` `매봉` `사자봉` 등도 애교스럽게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삼삼오오 떼지어 산을 오르던 등산객도 이내 도란도란 얘기를 이어간다.

"저기 저 바위 너 닮았다" "뭐? 어디 어디?"

월악산은 사실 꽃미남보다는 조각 미남에
가깝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바다로 흘러가다 드넓은 영암평야 위에 기세 좋게 솟아 있어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바위,
들과 산을 에워싸고 있는 울창한 산림.
그렇게 조각해 놓은 듯 위용을 뽐내는 모습에
둥글둥글 주위를 에워싼 산들은 오히려
뒷동산처럼 앙증맞게 느껴진다.

월출산은 세상의 시간이 끝나고 또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해와 가장 인접해 붙어 있는 곳이라 해가 지면서 또 달이 뜨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이 산에 `월(月)`자가 늘 붙어 다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제와 신라시대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부터는 현재 이름인 월출산(月出山)으로 불리고 있다.

오히려 달의 존재보다는 일출과 일몰의 빼어난 전경이 이곳의 매력이기도 하다. 굽이굽이 바위길을 넘어 어느새 통천문에 닿는다.
`이 문을 지나야 천황봉에 오르고 하늘로 오를 수 있다`는 통천문.
가히 하늘에 가 닿은 듯 구름이 코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해발 809m 천황봉.
300여 명은 거뜬하게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정상은 호남의 산과 평야,
그리고 강들을 한눈에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월출산은 사람 손길을 그리워하는 산이다.
오히려 손길을 반긴다.
가꿔지며 그 멋을 더하고 그 맛도 더한다.
바람이 세고 바위로 둘러싸인 산은 나무가 잘 자라기는 힘들어
황무지인 곳이 많다.

월출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여러 해에 걸쳐
`푸른 월출`을 만드는 노력을 했고 다양한 시도 끝에
결국 척박한 바위산을 푸르게 만들었다.

구름다리 역시 이곳 관리사무소가 연구한 끝에 수백 명이 올라가도 될 만큼
튼튼한 월출산 장식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상상해 보라. 120m 높이 허공에 서서 월출산 장관을 눈과 마음에 담는 장면을.

인간과 자연의 절묘한 조합이 만들어낸 월출산.
그래서 이 산의 피부 구석구석을 밟고 오르는 산행이 어머니 뱃속처럼 아득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닐까.

■ 월출산 가는 길

◆철도 / 나주역 - 영산포터미널 - 영암터미널 - 월출산

◆고속버스 / 광주종합터미널 - 영암터미널 - 월출산

◆승용차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영암 방면 2번 국도-학산면에서 819번 지방도-월출산 입구 호남고속도로 광산IC - 나주방면 13번 국도-월출산 입구

■ 자세한 정보 = 월출산사무소(061-473-5210) .
 
● 산행시 유의사항
 

월출산은 생각보다 악산이다.

809m라는 높이에 얕잡아 봤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로프나 지지대를 잡을 일이 많으므로 장갑을 준비하는 게 좋다.

갑작스러운 비나 습기를 막아줄 얇은 점퍼 하나와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물. 등산에서 물은 생명수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 등산에서 충분한 물 없이 산을 오르는 건

물 없이 사막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

월출산 등반로에는 하단의 천왕사지와 바람폭포 외에 딱히 물을 보충할 곳이 없다.

월악산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수분 부족으로 탈진하는 등반객이 여름철에는 많다고 한다.

1인당 1ℓ 이상 물을 준비하고 전체 등반 일정에 맞춰 조금씩 꾸준하게 섭취해 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