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정보

섬진강 은어

천화대 2007. 8. 17. 17:04
수박향이 싸하게 도는 섬진강 맛기행

500리 물길인 섬진강은 1년 내내 입을 즐겁게 한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광양 앞바다로 흘러가는 섬진강에는
은어, 붕어 등 30여 종의 담수어와 참게가 서식하고 있다.
 
특히 여름, 은어잡이 철에는 뭐니 뭐니 해도 은어가 가장 입맛을 당기게 한다. 경북 봉화의 내성천과 울진의 왕피천, 강원 삼척의 오십천 등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미식가들은 "은어 요리는 역시 섬진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은한 수박향이 나는 '수중군자(水中君子)'

 

"복사꽃이거나 아그배꽃이거나/새보얀 꽃그늘 강물에 어룽대던가/

섬진강 상류 압록물에/달빛은 욜량욜량, 바람은 살랑살랑/

너와 난 마냥 설레였던가"- 고재종의 '은어 떼가 돌아올 때' 중에서

 

은어(銀魚)는 보통 1급수를 유지하는 강이라면 어디서든 떼 지어 사는

흔한 물고기였다. 특히 섬진강에서 잡힌 은어는 타 지역 은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빛과 담백한 맛을 자랑해

 

'은어 하면 섬진강 은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섬진강의 특산품이었고,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

섬진강 중에서도 강변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는 곡성군 압록 일대는

 

섬진강에서 가장 은어가 많이 잡히기로 이름 난 곳이다.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곳이어서 강폭이 넓고 여울 자갈이 많아

먹이도 풍부할 뿐 아니라 서식처로 제격이다.

 

산란 전인 여름철에 맛과 영양가가 가장 좋은 은어는

연어처럼 모천회귀를 하는 1년생 민물고기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민물고기는 봄에서 여름 사이에 알을 낳지만 은어는 가을에 알을 낳는 몇 안 되는 민물고기 중 하나다.

 

보통 9월과 10월이 되면 모래톱에 알을 낳는데 산란을 마친

암컷과 수컷은 힘을 소진해 죽게 된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은어들은 강물이 차가워지는 겨울이 다가오면

바다로 내려갔다가 강물과 바닷물 수온이 엇비슷해지는 4월쯤

자신이 태어난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압록 인근에 자리한 용궁산장의 주인 한일호(54) 씨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은어는 바위의 이끼를 먹고 자라 비린내가 없고,

씹으면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수박 냄새가 난다"며

 

"각종 건설에 필요한 모래와 골재 채취 등 환경파괴에 따른 수질악화로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은어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섬진강 주변의 식당에서 판매하는 은어는 대부분 양식이다.

 

한 씨는 "담백한 살 맛은 비슷하지만, 사료로 키운 양식 은어는

특유의 수박향이 거의 없다"며 "자연산 은어는 그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잡히자마자 자지러지며 숨이 넘어가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 맛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은어는 산란을 위해 몸의 모든 에너지를 써버리고 생을 마감하는 애처로운

'한해살이' 어종이지만 '민물고기의 귀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독특한 맛과 향이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을 뿐더러 상큼한 수박향이 난다.

이러한 까닭에 중국에서는 향어(香魚),

영어로는 비리지 않다는 뜻으로 스위트피시(Sweet Fish)라 부른다.

 

은어는 민물고기 가운데 가장 깨끗하기 때문에 날로 먹어도 아무런 탈이 없다. 얇게 썬 은어의 살은 매우 담백하고 부드러워 단맛이 느껴진다.

입에서 씹히는 맛은 탱탱하면서도 부드럽다.

상추에 매실 장아찌와 야채를 함께 싸서 입에 넣자 특유의 향이

입 안 가득 싸하게 퍼진다. 씹을수록 수박향이 감돈다.


은어는 횟감으로 유명하지만 구이와 튀김으로도 많이 먹는다.

구이와 튀김은 회보다는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가 별로 없다.

석쇠에 잘 구운 은어를 왕소금에 찍어 먹는 구이는

한 접시에 6~7마리가 올라온다.

 

숯불을 피워 석쇠에 올린 은어를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양념장에 발라 먹기도 하는데, 아무 양념도 하지 않은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야 은어의 담박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있다.

 

아삭아삭 뼈까지 씹히는 은어튀김도 또 하나의 별미다.

완전히 다 큰 은어라도 20㎝ 안팎이기 때문에

그냥 통째로 뼈째 씹어 먹으면 된다.

 

이외에도 쌀 위에 은어를 얹어 밥을 한 후 뼈만 골라내고

양념장으로 버무려 먹는 은어밥,

삶아 추려낸 은어의 살에 갖은 양념을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불린 쌀과 수제비 반죽을 넣어 한 번 더 끓인 은어죽,

 

양념간장에 넣고 끓인 은어조림 등도

지치고 피로해지기 쉬운 여름철의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은어는 위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해소를 멈추게 하고

이뇨작용을 강화시키며 몸이 허약하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에게

좋은 건강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