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정보

수락산

천화대 2007. 6. 11. 18:25
한양이 싫어 돌아앉은 수·락·산

수락계곡을 통해 수락산 주봉을 오르는 막바지인 깔딱고개. 가파른 길은 20분 정도면 끝난다. 수락산은 규모는 작지만 오솔길과 가파른 코스, 암반 등을 맛볼 수 있다.

감자바위

손가락바위

수락산은 불쾌하게 돌아 앉았다
등산객은 일요일의 군중
수목은 지상의 평화
초가는 농가의 상징
서울 중심가는 약 한 시간
여기는 그저 태평천하다
나는 낮잠자기에 일심(一心)이다

-천상병 ‘수락산 하변(河邊)’중에서


#1.지하철 7호선 수락산 역에서 내려 덕성여대 생활관을 끼고 깔딱고개 방향으로 오르면서 당연지사 ‘수락산 시인’인 천상병(1930~1993)이 생각났다. 그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귀천’중에서)에서 말한 소풍 다니던 데는 천상 수락산 밖에 없다. 의정부 방향으로 수락산 하변에 살았던 그는 아마도 지금의 수락유원지 쪽에서 옥류폭포, 금류폭포, 은류폭로를 지나는 내원사 방향 코스를 자주 이용했을 것이다. 한잔의 맥주와 담배만 있으면 족했던 그가 정상까지 올랐을 것 같진 않고, 어디 폭포 아래서 맥주나 막걸리를 마셨으리라.

천상병은 수락산이 왜 불쾌하게 돌아 앉았다고 했을까. 그 답은 ‘서울 중심가는 약 한시간’이라는 구절에 있을 것 같다. 시인은 ‘한 시간 거리’만큼 서울과 마음의 거리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가르는 수락산-불암산 산세를 보면 그 팍팍하고 구질구질한 서울을 마치 보기 싫다는 듯 돌아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수락산과 불암산에 얽힌 전설도 비슷하다.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터를 잡는다는 얘기를 듣고 원래 금강산의 봉우리였던 수락과 불암이 한양의 남산이 되겠다고 한걸음에 달려왔으나 ‘산같지도 않은’ 것이 이미 자리잡고 있어 ‘팽’ 삐쳐서 지금 그 자리에 등을 돌리고 앉았다는 얘기다. 조선조 조정에서도 수락산의 산세가 한양을 등지고 앉은 형국이어서 ‘반역산’으로 보았다. 또한 주능선 상의 암봉이 장수가 목이 잘린(首落) 것처럼 보인다 해서 수락산이라 이름 붙였다는 얘기도 전한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참살하자 김시습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든데도 수락산이었다. 하지만 수락산이란 명칭은 산의 동편자락 금류동 계곡으로 쏟아붓는 많은 폭포들을 두고 ‘물이 떨어지는 산(水落山)’이란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2.지난 2일 찾은 수락산역 코스의 등산로 주변에 도열한 신갈나무 국수나무 물푸레나무 다릅나무 광대싸리 나무들은 이미 연초록이 조금 억센 빛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진달래는 거의 들어갔고 철쭉이 아직 곳곳에 눈에 띈다. 몇년전만 해도 지금쯤에는 수줍은 연초록이 가슴을 아릿하게 하고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눈길을 빼았었을 법한데, 지구온난화는 수락산 자락에도 미쳐있다.

하지만 의정부 방면으로의 사면은 노원구 방면보다 조금 더 봄빛을 간직하고 있다. 정상능선 하나 사이로 봄꽃이 피는 시기도 며칠씩 차이가 난다고 한다. 다음주가 지나면 수락산의 이파리들은 더욱 짙어져 갈 것이다. 연초록의 끝물이다.

638m의 수락산은 산의 규모에 비해 계곡길과 다양한 능선, 암반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이다. 특히 정상까지 2시간 남짓 걸리는 수락산역 코스는 평이한 오솔길부터 가파른 깔딱고개, 철로프를 의지해 올라야 하는 암반 등을 차례로 맛볼 수 있다. 곳곳에 기암괴석도 많다. 손가락바위며 감자바위, 철모바위, 배낭바위, 대머리바위, 배꼽바위, 종바위, 탱크바위, 홈통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등등…, 이들 기암괴석을 찾아가며 수락산을 종주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깔딱고개에서 몇 차례 철로프를 쥐락펴락하다가 만나는 첫 기암괴석이 손가락바위다. 손가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머리가 희끗한 장년의 아저씨가 “어이∼, 고추바위 아니여? 히히히…”하고 허튼 소리를 한다. 같이 구경하던 여대생으로 보이는 둘이 얼굴을 가리고 깔깔 웃는다.

주봉을 지나 바로 만나는 철모바위는 꼭 철모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수락산 주변이 6·25 때 격전지였던 아픔이 철모와 연결지어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탱크바위도 마찬가지고…. 바위 옆에선 30대로 보이는 아줌마가 막걸리를 판다. 안주래야 그냥 놓여있는 멸치와 생마늘종을 고추장에 찍어먹는게 전부고 스테인리스 주발 한잔에 2000원이다. 죽 들이키면 ‘좀 비싸네’ 하는 생각이 어느 새 사라진다.

남쪽 당고개 방면으로 주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감자바위를 만난다. 정말 ‘댑다’ 큰 감자같은데 양파바위로도 불린다. 언제 가봐도 바위꾼들이 로프를 늘여놓고 록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바위에 붙은 사람이 감자에 붙은 개미마냥 작아보인다.


#3.서울에선 역시 북한산과 도봉산이 가장 사랑받지만, 최근엔 불암산-수락산 종주코스(5~6시간)를 비롯해 연이어 도봉산-북한산까지 쉬지않고 돌파하는 ‘불·수·도·북’종주코스(17~20시간)가 등산 마니아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지방에서도 이 두 코스를 종주하려는 등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래서 요즘 주말에 수락산은 몹시 붐빈다. 또 한가지, 수락산의 암벽은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둥글둥글해서 오르기 쉽게 보이는 곳이 많지만 붙잡거나 지지해주는 데가 없어 야트막 하다고 얕봤다가 혼줄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등산코스

▲수락산역 코스 : 수락산역→시립양노원→계곡→깔딱고개→암릉코스→철모바위→정상→철모바위→540봉→수락산역(6시간)

▲장암역 코스 : 장암역→노강서원→석림사→왼쪽 능선→정상(2시간)

▲당고개역 코스 : 당고개역→540봉→철모바위→정상 (3시간)

▲남양주 수락산유원지 코스 : 유원지입구 버스승강장→매표소→내원암→정상→620봉→석림사→하촌(3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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