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정보

서울의 ‘릿지 명소’ 불암산(佛岩山) 508m

천화대 2008. 6. 5. 14:49
기기묘묘 암반들… 서울의 ‘릿지 명소’
불암산(佛岩山) 508m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불암산은 규모는 작지만 정상 부분이 암반으로 돼 있어 릿지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객들이 조심스럽게 바위를 밟으며 하산하는 가운데 멀리 도봉산과 북한산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한 40대 부부가 서로 자일을 건 채 암벽을 오르고 있다.
“불암산의 이름에서 자꾸만 ‘불알’을 떠올리는 남녀들이 많은 모양이다.
불알이 정충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불암(佛岩)은 부처를 닮은 바위라는 뜻일 게다.
불알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근원이라면, 불암은 고매한 수도승을 산출하는 근원지였다.
그리하여, 불암산에는 몇몇의 사찰이 우뚝 일어서서 산을 떠받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불암산 정상은 부처의 얼굴 모습 그대로이다.”(손정모 시인, ‘불암산에 올라’ 중)

#시인이자 소설가인 고교 교사 손정모의 다소 짓궂은 시다.
불암산(佛岩山·508m)은 ‘송낙’이라는 모자를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송낙은 송라(松蘿)라는 풀로 만든, 예전에 비구니들이 쓰던 모자다.
 
정상 부근이 단단한 화강암 암반으로 이뤄진 불암산은
그 기기묘묘한 형상 때문에 여러 모양으로 비쳐지는데,
옛 사람들은 부처님의 얼굴을 본 모양이다.
 
하긴, 불암산은 그 규모에 비해 불암사 등 여러 사찰과 암자를 품고 있어
오래전엔 스님들의 수행터로 유명했음이 틀림없다.
거기에 대고 시인이 ‘불알’ 운운 하니, 무엄(?)하지만 피식 웃음이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불암산이 예전엔 필암산(筆岩山)과 천보산(天寶山)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점이다.
필암산은 이 산 어디에서 붓대 모양 바위를 보았던지,
또는 불암산이 너무 불교적인 이름이어서 억불(抑佛)을 했던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필암산으로 이름을 고쳐 불렀을 수도 있었겠다. 어쨌든 필암산은 유교의 입김이 서린 이름이다.

천보산은 도교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도교에선 도(道)의 화신(化身)인 노자(老子)에서 분화된 최고 신들 중 천보군(天寶君)이 있다.
한국학 학자지만 종교학자로 더 유명한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요 종교를 유(儒)·불(佛)·선(仙)이 아니라 유·불·무(巫)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지명에 도교(仙)와 관련된 것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영향도 무시할 순 없다.
 
여하튼 불암산은 유·불·선이 고루 연관돼 있는 영성적인 산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서울 방향으론 온통 아파트촌에 맞대어 있어 그 영성의 자취가 흐려져 있다고 할까.
그래서인가, 불암산은 마치 서울을 등지고 돌아앉아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불암산은 서울 노원구와 남양주시와의 경계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불암산 서쪽 노원구 상계동 주변은 마들평야로 불리던 평지인데,
지금은 빽빽이 아파트가 들어선 이 마들평야를 사이에 두고
도봉산과 북한산이 가장 잘 바라보이는 위치에 불암산은 서 있다.
 
삼각산(북한산)은 현 임금을 지키는 산이고,
불암산은 돌아간 임금을 지키는 산이어서,
불암산 주변에 동구릉, 광릉 등 왕릉이 여럿 있다는 얘기도 있단다.
불암산은 북쪽으로는 덕능고개를 통해 수락산과 잇대어 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전망이 사방으로 좋은 불암산은
전철과 시내버스로 접근성이 좋아 서울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2∼3시간이면 산을 탈 수가 있어 보통 수락산과 연계해 등반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주말에 찾았을 때, 일행들과 함께 온 한 50대 주부는
“이름 있는 산 아니라면 지방까지 멀리 갈 필요 없다니까” 하며 불암산을 칭찬한다.

#불암산의 산행기점은
서울의 상계동 방면과 경기 남양주의 불암동 방면이 대표적이다.
전철 이용이 편하기 때문에 상계동 방면인 서쪽을 기점으로 주로 이용한다.

코스는 노원구 방면에선 천보사를 거쳐 바로 오르는 코스와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불암산공원관리사무소를 지나 재현중·고등학교를 들머리로
정암사를 거쳐 주능선에 오르는 코스,
은행동 현대아파트에서 학고암을 거쳐 299봉에서 오르는 코스 등이 있다.
 
남양주에서는 별내면 불암동 버스정류장에서
불암사와 석천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 덕능고개에서 406봉을 지나 오르는 길이 있다.

그중 지하철을 이용한 재현중·고등학교 코스가 가장 선호된다.
정상에선 중계동과 남양주시 별내면 일대를 둘러본 후 석천암을 거쳐 불암사로 하산하면 좋다.
이 경우 불암사에서 버스정류장까지 1.5㎞ 정도를 걸어 내려와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불암산을 휘 둘러보는 코스다. 이날 등반도 이 코스를 이용했다.

불암산은 정상 부근이 암반이다 보니 릿지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날도 40대 부부가 서로 자일을 연결한 채 릿지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릿지 경험이 없는 등반객이라면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정상 직전은 가파르고 좁은 바위 길이어서 자칫 사고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의 규모가 작아 어느 코스를 택해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좀 더 산을 타려면 수락산을 연계해 산행하면 좋다. 연계 등산로가 잘 구비돼 있어 어려움이 없다.

요즘은 불암산을 야간 등반하는 이들도 많다.
재현중·고등학교 코스의 경우 거의 중턱까지 불이 밝혀져 있어 그다지 무리는 없다.
다만 머리에 쓰는 랜턴과 들고 다니는 랜턴, 예비용 배터리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물론 정상에서 서울의 야경을 만족스럽게 볼 수 있다.

글·사진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등산코스 및 교통>

서울 기점 ▲상계전철역~재현중·고~정암사~주능선~정상
              ▲중계동~학도암~봉화대터~정상

남양주 기점 ▲불암동~불암사~석천동~정상~덕능고개~상계동 버스종점
                 ▲45번 종점~불암사~정상~내원암~화접리

교   통    ▲불암동 방면 = 서울시내(무교동)에서 45번, 돈암동에서 803번 버스, 불암동 버스종점 하차
             ▲상계동 방면 = 청량리에서 235번 버스, 4호선 지하철 이용 상계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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