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와인, 포도향이냐 숙성향이냐

천화대 2007. 8. 8. 08:50
와인, 포도향이냐 숙성향이냐

◆박원목 교수의 알면 더 맛있는 와인 이야기◆

 

"어, 술맛 좋다."

잘 담근 동동주나 찹쌀막걸리를 한잔 들고 하는 감탄사다.

우리 전통 술은 맛을 중심으로 품질을 판단한다

 

그러나 와인은 맛도 중요하지만 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와인 품질 평가에서 향기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와인이 다른 술과 크게 구별되는 것은 독특한 향과 그 향의 폭과 깊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와인에 함유된 휘발성 방향 물질은 0.1% 정도 극히 적은 양이지만 이것에 따라 와인 품질이 결정되고, 값이 열 배 혹은 백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인간 후각기관은 9000종류 이상 냄새를 분별할 수 있다.

 

와인 향을 맡을 때는 우선 와인 외관(appearance)을 보고 난 다음 향을 감정한다.

잔을 흔들리지 않게 가만히 들어 코밑에 대고 서서히 깊은 숨을 들어 마시면

은은하고 연한 향이 느껴진다.

 

그 다음 와인잔을 두세 번 흔들어 돌린 후 다시 코밑에 대고 깊은 숨을 들이 마셔 향기를 맡는다.

이때에는 와인이 잔 안에서 돌아가면서 휘발 면적이 늘어나고 와인이 벽면과 부딪칠 때

와인 내에 잠재하여 있던 향이 발산하여 좀 더 강한 향을 맡을 수 있다.

 

와인 향은 몇 가지로 구분한다.

우선 나쁜 냄새(off odor). 와인의 감미로운 향 외에 이질적인 냄새를 말한다.

예를 들어 와인에서 신 냄새가 나면 와인이 초산균에 의하여 변질된 것이다.

또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과 같은 냄새는 와인이 산화한 것을 뜻한다.

곰팡내가 나면 와인 저장고 내에 습기가 과다하여 코르크 마개에 곰팡이가 자랐기 때문이다.

이런 불쾌한 냄새가 나는 와인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향은 방향(aroma)과 숙성향(bouquet)으로 나뉜다.

방향은 각 포도 품종의 고유한 향으로 화이트 와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반면 레드와인에서는 가급적 포도 본래 향 대신 발효ㆍ숙성 과정에서 생겨서 나는

숙성향을 강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레드와인에서 포도향이 짙으면 제조된 지 얼마 안 된 것이다.

 

숙성 향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와인 품질과 가격이 결정되는데 같은 포도를 사용하더라도

숙성 기간, 온도ㆍ습도 등과 같은 숙성 환경, 참나무통이나 스테인리스통과 같은 숙성 용기 재질,

발효에 사용된 효모 종류에 따라서 숙성향이 달라진다.

 

숙성향은 다시 발효향(fermentation bouquet), 병향(bottle bouquet), 샴페인향(champagne bouquet)으로 나뉜다.

 

발효향은 말 그대로 발효 중에 생기는 향으로 효모향을 비롯해 참나무통에서 숙성될 때 생기는

 참나무향 등이 있다.

와인을 병에 담아 숙성될 때 만들어지는 병향은 복합적이며 순한 향이며

샴페인향은 포도향과 효모향이 복합된 향이다.

 

와인이 입 안으로 흘러들어 오기 직전 풍겨오는 감미로운 향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삶의 즐거움이 한층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