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광덕산(廣德山)
산을 오르면서 떠오르는 느낌은 산 봉우리들이 마치 인간세상의 자식들 같다는 것이다.
맏이가 잘 된 가정이 있는가 하면 아래가 잘 된 가정이 있듯이
산봉도 최고봉이 가장 멋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최고봉은 볼품이 없는데
둘째,셋째봉이 폼나는 곳이 있다.
포천 광덕산(廣德山)이 그런 곳이다.
해발 1046m의 최고봉과 1m 차이로 낮은 둘째봉은 정상이 흙으로 덮여 있어 밋밋하기 이를 데 없으나, 1010m의 셋째 상해봉은 기암이 제법 웅자를 자랑한다.
특히 흰색이 가미된 대리석 바위가 멋스럽다.
주봉 그룹에는 표지석이 없지만 상해봉은 화강암 표지석에 큼지막하게 ‘상해봉’이라고
한글 붓글씨체가 음각돼 있다.
광덕산의 백미는 상해봉. 럭셔리한 대리석 기암도 보기 좋고, 정상 바로 밑의 고사목 한 그루가일품이다.
모진 풍상에도 꺾이지 않고 있는 서 있는 고사목을 바라보노라면 이곳이 고산지대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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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고개에서 바라본 광덕산 정상(왼쪽 높은 봉). 광덕고개 자체가 높아 해발 1046m 정상이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
광덕산 둘째 봉우리에는 커다란 돔 형태의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가 있어
색다른 조형미를 보여준다.
광덕산이 고마운 것은 해발 1000m대의 고산임에도 등정하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광덕고개 때문이다.
해발 640m대의 광덕고개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는 까닭에 실제 해발 400m만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동서울터미널과 상봉터미널에서 광덕산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강원여객 소속의 사창리행 버스를 타고 광덕고개에서 내리면 광덕산 들머리다.
광덕고개 정상이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다.
‘광덕산 등산로(4 ㎞)'라고 쓰여진 노랑색 표지판을 따라 오르노라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오른쪽에서 우렁차게 들린다.
10여분 오르면 ‘평화의 집’이라는 간판이 붙은 장애인복지시설이 나온다.
붉은 벽돌의 이 건물 옆에 산쪽으로 조그만 등로가 나 있다.
바로 이 등로를 타야 산을 오르는 느낌이 들지, 직진해 가면 찻길이어서 별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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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복지시설인 평화의 집. 광덕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로는 평화의 집 왼쪽편에 좁게 나 있다. |
평화의집 등로에서 3∼4분 오른 뒤 갈래길에서 우측으로 틀면 여기서부터 광덕산 정상까지는 외통이다. 삼림욕이 느껴질 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시원하다.
두 세개 봉우리를 넘으면 정상을 만난다.
정상에는 의정부소리산악회에서 세워놓은 ‘광덕산(1046m)'이라고 쓰인 흰색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 400m쯤 걸으면 축구공을 올려놓은 듯한 돔 형태의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가 세워진
둘째봉을 만난다.
이곳은 경기 북부와 강원도 영서지방의 기상을 관측해
10분에 한번씩 기상청과 방송사 등에 보내준다고 한다.
독일산 레이더 장비를 쓰고 있는데, 이 장비는 구름에 전파를 발사,
수증기 량을 측정해 비 올 확률을 계산해 낸다.
그러나 완전히 장비만 믿을 수는 없고, 전문가 경험이 보태져야 더욱 정확한 데이터가 나온다고 한다.
광덕산은 겨울에 폭설이 자주 내린다.
그래서 정상까지 출퇴근해야 하는 관측소 요원들은 등산화, 아이젠, 스틱 등
등산장비를 필히 갖추고 있다.
이곳을 지키는 한 요원이 “광덕산은 여름이 짧으나, 가을 단풍이 끝내주고
봄나물과 계곡물이 매력적”이라고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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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오르는 등로를 타면 가끔 광덕산 남서쪽을 조망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
기상관측소에서 상해봉까지는 2.6㎞ 거리.
갑자기 등산로가 차도로 바뀌는데, 기상관측소까지 찻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상해봉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이면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각배에 올라탄 모양이다.
주변은 겹겹이 산으로 이어져 나간다.
이제는 하산길. 상해봉에서 처음 올랐던 광덕산 들머리까지는 3.7㎞다.
너른 차도를 따라 1시간여 내려가면 광덕고개에 닿는다.
광덕고개에서 약 40분 간격으로 동서울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상봉터미널까지는 1일 4회밖에 운행되지 않는다.
버스비는 동서울터미널까지 7900원. 상봉터미널까지 7100원이다.
등산 총소요시간 3시간30분∼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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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정상에 세워진 광덕산 표지판. 정상 상징물 치고는 허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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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둘째봉에 세워진 '기상레이더 관측소'. 기암괴석 대신 멋진 조형물을 보는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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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봉 가는 길. 멀리 2.6㎞떨어진 곳에 상해봉이 조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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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봉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이러한 흰색 무늬가 박힌 대리석이 눈에 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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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봉 정상. 사방이 탁 트인 곳에 화강암 표지석이 단정하게 서 있고, 주변에 고사목 한 그루도 정상을 지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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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봉 고사목 뒤에서 바라본 둘째봉. 기상레이더 관측소 건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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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기상관측소를 위해 닦아논 차도를 따라 내려가면 평화의 집과 광덕고개가 차례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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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가 되는 광덕고개 정상. 광덕고개 정류장은 이 고개를 넘어 화천쪽으로 200m 가량 지점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