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정보
앵자봉, 천진암∼관산∼우산리 코스
천화대
2007. 8. 2. 17:37
앵자봉, 천진암∼관산∼우산리 코스 |
20, 30대에 오르는 산이 다르고, 40, 50대 산마루턱에서 바라보는 산의 맛이 다르다.
멋도 모르고 산길을 짐승처럼 쏘다니는 청년기의 산과
삶의 삭막함을 풍화시키기 위해 오르는 장년기의 산은 같을 수가 없다.
40대가 산행길에 나설 때는 마음 속에 커다란 지우개 한 개를 들고 떠나기 마련이다.
산길을 오르면서 세속적 욕심을 하나 둘씩 지워나간다.
정상에 설 때는 마치 짧은 영혼의 순례여행이라도 끝낸 듯 몸과 마음이 공기처럼 가벼워진다.
경기 양평과 광주, 여주 등 3개 시·군의 경계이며 해발 670m인 앵자봉을 휘적휘적 오른다. 단순히 이동으로서의 ‘걷기’가 아니라 삶을 걷고 있는 듯한 감상에 빠졌다.
고단하고 다소 서글프기도 하고, 나는 왜 여기를 오르고 있는가라는 생각도 스친다.
닿을 곳을 미리 정해놓고 걷는다는 점만 빼면 비슷하다는 생각. 나만의 산을 오르고 있다는 느낌.
◆ 앵자봉 등산코스 = 앵자봉은 경기도에 있는 고만고만한 산 중 하나지만 초기에 천주교 교인들이 숨어살았던 곳이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깊은 산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앵자봉은 아름다운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산세다.
꾀꼬리봉으로 불리다가 어느 때인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앵자봉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산을 오르는데 위험요소가 거의 없다.
여러 산행코스 중 천진암 성지에서 소리봉을 거쳐 앵자봉에 오른 뒤 우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천진암 성지는 천주교 발상지이자 실학정신이 태동한 곳. 현재 대성당 100년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지금은 앵자봉 일원이 천주교 성역 순례길로 지정돼 있다.
천진암 주차장 부근에 차를 세워놓고 200m쯤 올라가면 청소년수련원이다. 청소년 수련원 뒷길로 앵자봉에 오르는 길이 가장 짧은 등산코스이지만 현재 이곳은 산행금지 지역이다. 지금은 소리봉을 우회해서 앵자봉에 오를 수 있다. 청소년 수련원 본관을 지나쳐 500m쯤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천진암 ~ 소리봉(해발 607m) ~ 박석고개 ~ 앵자봉 ~ 우산리 코스의 기점이다.
이 코스는 4시간쯤 잡으면 된다.
등산로에 접어들면 언덕길이 시작된다. 상수리 나무들이 많은 조용한 숲길이다.
별다른 표정을 느낄 수 없는 밋밋한 산길을 올라 40분 정도만 가면 소리봉에 닿는다.
소리봉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관산이고, 왼쪽으로 가야 앵자봉 가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이쪽 산길은 갈림길들이 많고 나무가 많아 방향을 잃기 쉽다. 소리봉에서 박석고개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다. 한 시간 정도 걷다보면 박석고개를 만난다.
이곳에서 여러 차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반복된다.
정상부근은 경사가 급한 편이다.
바위가 별로 없어 초보자들도 등산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좁고 가파른 흙길을 오르다보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꾀꼬리봉이라는 말처럼 정상 턱밑에는 작고 뾰족한 바위들이 아기자기하게 삐져나와 있다.
정상에서는 멀리 보이는 남한강 풍광이 일품이다. 여주쪽으로는 골프장들이 많다.
주변에 둘러싼 산들이 수려하다.
바로 이웃하고 있는데다 남한강을 더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양자산과 열미봉, 관산 등
주변 경관이 눈을 사로잡는다.
옛날에는 여주와 양평에 걸쳐있는 양자산을 신랑산, 앵자봉을 각시산으로 불렀다. 부부가 함께 오르면 부부사이가 돈독해진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서 우산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가장 일반적인 등산로다.
우산리 쪽으로 하산하는 데도 2시간이 걸린다.
등산 코스는 많다. 천진암에서 올라가는 코스 외에 ▲무갑산 ~ 관산코스 ▲우산 1리 ~ 앵자봉코스 등이 있다.
무갑사에서 출발해 무갑산 ~ 관산 ~ 매내미 갈림길 ~ 무갑리마을에 이르는 무갑산 ~ 관산코스는 총 10.8㎞로 4시간 20분이 걸린다.
좀 더 긴 등산코스를 원한다면 우산 1리~앵자봉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총 14㎞로 5시간 40분을 잡아야 한다.
우산 1리 주차장에 차를 놓고 무갑산에 오른다. 이어 무갑산 ~ 관산 ~ 소리봉 ~ 박석고개 ~ 앵자봉 ~ 천진암입구에 이르는 코스다.
주변 볼거리 서울 중부고속도로 경안톨게이트에서 천진암 방향으로 꺾어지면 팔당호의 수려한 경관과 마주친다. 팔당댐 건너쪽 남한강의 경기 광주군 남종면 분원마을에서 푸른나무로 둘러싸인 팔당호(사진)를 바라보면 호수가 많은 스코틀랜드 풍경이 부럽지 않다.
폐교된 분원 초등학교 안에 자리잡은 분원백자관에서 조선관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은 조선왕조 백자의 산실로 궁중의 부엌살림을 맡아보는 사옹원의 분원이 있던 자리다. 경기 광주시 일대에는 약 312개소의 가마터가 있다.
이는 조선 초(15세기)부터 조선 말기까지 국가에서 경영하던 관요들이다. 땔나무 사정으로 대개 10년을 주기로 자리를 옮겼다.
분원백자관에서는 아름답고 우아한 우윳빛 백자를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서 광주시쪽으로 10분만 달리면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서 다양한 수생식물과 만날 수 있다. 광주시 정지리에 위치한 경안천 생태공원에는 갈대와 창포, 연꽃 등 수생식물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주말이면 자연을 보고 배우기 위하여 가족단위 관광객이 찾아온다. 정지리 생태공원은 팔당호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기존 자원인 갈대, 부들 등의 수변식물들을 이용해 정화하는 생태공간이기도 하다.
나무데크로 된 길이 운치있고 곳곳에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관측소도 설치돼 있다. 생태공원 내 방죽에서 바라보는 경안천의 저녁 무렵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버드나무 사이로 비행하는 철새들의 군무가 장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