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정보

경북 문경 대야산(용추계곡)

천화대 2008. 8. 7. 16:09
암릉·계곡·비탈… 심심할 틈 없네!
경북 문경 대야산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대야산 정상에서 바라본 중대봉 방향의 바위능선길. 대야산에서 밀재로 가는 백두대간 능선길에는 기묘한 암릉이 펼쳐지며 화려한 경관을 이룬다.

용추계곡 초입에 있는 용추. 하트 모양으로 바위가 깎여있고 수심도 깊다.
경북 문경(聞慶)만한 아름다운 고장도 드물다.
백두대간과 문경새재를 끼고 주흘산 희양산 황장산 대야산 대미산 백화산 등 ‘산이면 산, 물이면 물,
’ 어디 내놔도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옛날에는 첩첩산중이어서 ‘진도아리랑’ 중에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라고 노래할 정도로 외진 곳이었지만,
지금이야 도로망이 훤히 뚫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어디서나 접근하기가 좋다.

문경에는 1000m 안팎의 명산들이 즐비하다.
문경시가 해마다 10월이면 국내 유일의 산악축제인 ‘문경산악체전’을 성대하게 개최할 수 있는 것도
이처럼 명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경에는 2002년 산림청에서 지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에 주흘산 희양산 황장산 대야산
네 개나 포함돼 있다.

문경의 산(山)을 알고 싶으면 ‘문경명산가이드’(www.sanbut.com)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된다.
이 사이트는 문경시청의 유명한 등산마니아인 박창희 환경보호과장이 개인적으로 만든 것인데,
감탄사가 나올 만큼 문경의 산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은 죄다 들어있다.
 
만든이의 ‘문경 사랑’과 산에 대한 내공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문경시청의 홈페이지도 ‘문화관광’ 분야는 아주 알차게 꾸며져 있어 문경시가 관광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주말에 찾은 산은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걸쳐있는 대야산(大耶山·930.7m)이다.
보통 용추계곡하면 금방 알지만, 그 계곡이 속한 대야산은 좀 낯설게 느낀다.
이 산은 대야산(大野山), 대하산(大鰕山), 대화산, 대산, 상대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18세기 말 ‘문경현지’와 19세기 말에 나온 ‘대동지지’에 ‘대야산(大耶山)’으로 분명히 명기돼 있다.

산 이름 중의 ‘야(耶·어조사 야)’자는 흔하게 쓰이는 한자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 글자가 쓰이는 게 ‘야소(耶蘇)’ 곧 ‘예수(Jesus)’를 한자로 쓸 때 사용된다.
‘야소교’하면 예수교, 즉 기독교의 한자 음역이다.
 
흥미로운 것은, 문경시지(市誌)를 보면 경상북도에 기독교가 전래된 기점을
미북장로교회의 윌리엄 베이드 선교사가 1893년 대구에 도착한 때로 보며,
불과 몇 년 뒤인 1898년 대야산 자락 가은읍 하괴리의 하괴교회가 창건됐다는 점이다.

교회에 문의해보니 올해로 교회 창건 100주년을 맞아 행사를 치렀다는데,
경북에선 첫 개신교 교회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큼 오랜 교회였다.

그뿐 아니라 문경시지에 보면 1801년 천주교의 신유교난(辛酉敎難) 이후
신도들이 박해를 피해 당시만 해도 험준한 산악지대였던 문경새재 기슭으로 많이 숨어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옥편에도 나오지만, 대야산의 ‘야(耶)’자가 예수를 가리키는 점,
가은리의 ‘가은(加恩)’도 기독교적 표현이란 점 등을 보면 옛 사람들이 이 지역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대야산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백두대간의 백화산과 희양산을 지나 속리산을 가기 전에 솟아있다.
이 산은 우선 계곡으로 이름이 높은데, 문경 쪽으로는 선유구곡용추계곡,
충북 쪽으로는 같은 이름의 선유구곡을 끼고 있어 ‘내·외 선유동(仙遊洞)을 거느리고 있다’고 이른다.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이재(李縡)는 ‘용추(龍湫)’라는 시에서
“늦게 이 산의 좋은 경치 만나 보니/벌써 전생의 인연이 있었나 보다”라고 노래했다.
전생을 운운할 정도로, 시인은 억겁의 시간이 빚어놓은 ‘용추’ 앞에서 달리 할 말이 없었을 듯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옛날에 용이 놀다가 승천한 못이라고 해 이름 지은 용추는
소(沼)가 하트(♡) 모양으로 깍여 있다.
소의 양편 바위에는 용이 하늘로 오르기 전 용틀임을 하면서 생겼다는 문양도 있다.

용추계곡에는 자그마한 폭포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장마철이어서 수량도 많아 용추계곡을 즐기기에는 요즘이 적기다.
이날 찾았을 때도 이미 많은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곳곳에서 계곡의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용추는 특히 갈수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 용추계곡의 물이 2㎞ 정도를 더 흘러가 내(內)선유구곡을 이루게 된다.

대야산 등반에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코스가 가은읍 완장리 벌바위삼거리에서
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월영대에서 피아골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밀재에서 왼편으로 꺽어져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5시간이면 충분하다.

용추를 지나면서 계류를 동쪽으로 건너 용추계곡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넓은 암반의 계곡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는 월영대(月影臺)다.
이곳은 다래골과 피아골의 합수점으로, 오른쪽이 피아골이다.
여기부터 정상까지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르다 해서 지어진 지리산 ‘코재’에 버금가는 경사지대다.

대동지지에는 대야산 정상을 ‘비로봉(毘盧峯)’으로 부르고 있다.
대야산 정상에 서면 둔덕산 조항산 장성봉, 그리고 멀리 톱니처럼 보이는 속리산 능선까지
전망이 시원하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밀재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암릉지대가 볼만하다.
밀재는 경북과 충북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오면 다시 월영대를 만난다.
밀재로부터 하산길은 가파르지 않아 쉽게 내려올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는 대야산은 이정표며 등산로 등 시설 정비가 잘 안 돼 있다.
그래서 정상에서 밀재 방향으로 가다가 자칫 중대봉 쪽으로 빠져버리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다.
그 경우 용추계곡으로 빠지는 길이 없고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중대봉에서 대야산 전체를 잘 볼 수 있다 해서 그곳까지 다녀오는 이들도 있다.

대야산은 사계절 모두 다양한 경치를 즐길 수 있지만 계곡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 여름이 특히 붐빈다. 하지만 신록과 꽃, 계곡과 암릉 등 계절에 따라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암릉 구간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 등산코스 ]

용추코스 : 벌바위마을-용추-월영대-피아골- 정상-밀재-월영대-용추-벌바위(5시간)

종주코스 : 벌바위마을-용추-월영대-밀재-정상-촛대봉-옛불란티재-720고지-불란티재-벌바위(7시간)

[ 대중교통 ]

●버스 : 동서울터미널에서 가은읍까지 버스 1일 3회, 가은읍에서 벌바위까지 1일 7회, 30분 소요

●자가교통 : 34번 국도(상주 방향)-마성(모곡)3거리(우회전)-901번 지방도-가은읍-922번 지방도(완장리 방향)-상괴리-완장리-벌바위 종점

글·사진=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